오른발과 왼발을 가리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는 손흥민만의 장점이 호펜하임전 멀티골과 승리로 이어졌다.
24일(한국시간) 독일 호펜하임의 프리제로 아레나에서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7차전을 치른 토트넘홋스퍼가 호펜하임을 3-2로 꺾었다.
이 승리로 토트넘이 유로파리그 8강에 진입했다. 경기 종료 시점에는 7라운드를 아직 치르지 않은 팀이 많지만 최소한 7라운드 무승부에 그친 갈라타사라이(승점 13)는 제치면서 순위를 9위보다 한 계단 이상 올릴 수 있게 됐다. 남은 8차전에서도 8강 순위를 유지한다면 유로파리그 16강에 즉시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손흥민이 왼쪽 윙어로 선발 출장했다. 현지에서는 앞선 에버턴전에 교체 투입돼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18세 유망주 마이키 무어의 선발 출장을 점치는 매체가 많았다. 하지만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가동할 수 있는 최상의 공격진을 택했다. 손흥민, 히샤를리송, 데얀 쿨루세프스키가 공격 조합을 꾸렸다.
경기 초반부터 토트넘 공격의 중심은 손흥민이었다. 전반 14분 손흥민이 중앙으로 준 패스를 오버래핑한 포로가 받았다. 포로가 수비 한 명을 제치고 왼발슛을 시도했는데 살짝 빗나갔다.
전반 16분 손흥민이 강력한 슛을 날렸다. 롱 패스를 받아 속공에 나선 손흥민은 한 명 돌파하며 안쪽으로 드리블한 뒤 자세가 약간 무너졌지만 슛을 시도했다. 이 슛이 빗나갔다.
전반 23분 손흥민의 골이 터졌다. 호펜하임 공격을 막아낸 토트넘이 빠른 역습으로 전환했다. 제임스 매디슨이 볼 키핑을 하다 전방으로 질주하는 손흥민에게 대각선 스루패스를 내줬다. 수비가 끊어내려 시도했지만 발을 맞고 살짝 굴절된 공이 손흥민에게 결국 전달됐다. 손흥민이 공을 컨트롤한 뒤 왼발슛을 날렸다. 파벨 카데르자베크가 블로킹을 시도했지만 발을 맞고 떠오른 공이 오히려 올리버 바우만 골키퍼가 예상할 수 없게 굴절되면서 골문 안에 떨어졌다. 골을 넣고 나서 다소 피곤한 표정의 손흥민은 활짝 웃지 못했지만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는 선보일 수 있었다.
여기까지 토트넘이 2골을 몰아쳤는데, 이후로는 활동량과 기세에서 압도당하며 일방적인 수세에 몰렸다. 호펜하임은 토트넘 문전에 공격자원 두세 명을 밀어넣은 뒤 계속 크로스를 올렸다. 토트넘은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후반 11분 부상 복귀 후 첫 선발 경기였던 히샤를리송이 빠지고 무어가 투입됐다. 손흥민이 최전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어 투입 이후 손흥민에게는 좀처럼 공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 오랜만에 공을 한 번 잡은 게 후반 23분 상황이었는데 손흥민이 오른쪽으로 빠지면서 공을 잡은 뒤 재빨리 중앙으로 투입했다. 손흥민의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지만 중앙으로 쇄도하며 받는 동료가 아무도 없었고, 오히려 호펜하임의 역습 기회가 되면서 안톤 슈타흐의 추격골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손흥민을 비롯한 공격진은 유연하게 자리를 바꿨다. 손흥민은 전문 스트라이커가 아닌 가짜 9번답게 좌우 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종종 보여줬다. 덩치 좋은 쿨루세프스키가 대신 최전방에 들어가고 손흥민이 측면으로 빠지거나 한 박자 늦게 문전 침투를 노리는 상황도 있었다.
후반 33분, 손흥민의 골로 토트넘이 점수차를 벌렸다. 호펜하임 공격전개를 전방압박으로 끊은 토트넘이 역습에 나섰다. 마이키 무어가 왼쪽의 손흥민에게 패스를 내줬다. 손흥민 특유의 45도 각도에서의 기회가 찾아왔다.
손흥민은 양발잡이 특유의 어느 쪽으로 치고나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을 활용해 약간 페인트를 준 뒤 왼발을 택했다. 왼발 슛 각도를 살짝 열과 곧바로 날린 땅볼슛이 골문 구석에 꽂혔다.
손흥민은 두 골로 제몫을 다한 뒤 교체아웃됐다. 멀티골은 시즌 초반이었던 8월 에버턴전에 이어 약 5개월 만이다. 이날 토트넘은 슛을 8회 날렸는데 그 중 손흥민이 4개에 직접 관여해 2골을 넣을 정도로 비중이 컸다.
이 골로 이번 시즌 컵대회 포함 10골을 달성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6골 6도움, 카라바오컵 1골, 유로파리그 3골을 기록 중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