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갈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일 아니겠습니까."
'캡틴' 손흥민은 2026년 6월까지 토트넘 홋스퍼와 동행을 이어간다. 토트넘이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면서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자유계약선수(FA) 신분 취득을 내년 여름으로 미루게 됐다.
물론 내년 1월이 되면 보스만 룰에 따라 다른 구단과의 협상이 가능하다. 당장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리면 다시 다른 구단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1,000만 파운드(약 177억 원)에 팔아 버려라"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몸값이 그렇게 떨어질 정도는 아닌 토트넘의 살아 있는 전설 손흥민이다.
토트넘이 재계약을 주저하는 동안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AC밀란, 갈라타사라이, 페네르바체 이적설이 돌았다.
터무니없는 소문도 있었지만, 실제 손흥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접근하는 구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 연고 런던 기반의 '이브닝 스탠다드'는 '손흥민 측이 바르셀로나에 역제안했다'라며 실제 움직임이 있었다고 밝혔다. FA로 바르셀로나가 영입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있던 순간, 토트넘은 1년 연장 옵션을 손흥민 측의 의견 존중 없이 발표해 버렸다.
많은 팀이 거론됐다는 것은 그만큼 손흥민의 가치가 1992년생이라는 나이에 상관없이, 그가 쌓은 경험과 경력, 활약으로 충분히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손흥민 측 관계자는 많은 이적설을 두고 "진위를 떠나서 그저 감사한 일이다. 갈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일 아니겠는가"라며 원론적이지만, 의미 있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느닷없이 나폴리 이적설이 나왔다. 정확히는 나폴리에 기반을 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손흥민을 영입했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바람 섞인 개인의 글이었다.
나폴리는 '조지아 마라도나'로 불리는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를 보너스를 포함해 8,000만 유로(약 1,196억 원)의 이적료를 받고 파리 생제르맹으로 넘겼다. 이강인과 역할이 중첩되는 부분이 있어 향후 입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관심사다.
흐비차가 빠진 자리를 메워야 하는 나폴리다. 비용 지출을 '짠돌이'라 불리는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 이상으로 계획적으로 하는 엔터 산업 출신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 회장의 계산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손흥민은 현실적으로 영입이 쉽지 않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뛰었던 나폴리지만, 임금 체계가 토트넘과 거의 비슷하다. 20만 파운드(약 3억 5,300만 원)의 주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손흥민이 나폴리로 가면 오르지 않으리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문에 더 젊고 과거 나폴리의 상징이었던 디에고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 후예, 알레한드로 가르나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영입설이 더 힘을 받는 중이다. 양 구단이 이적료 차이를 줄이는 중이고 4,200만 파운드(약 747억 원) 선에서 정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가르나초의 나폴리 입성은 손흥민 영입설 자체가 의미 없다는 것과 같다. 다만, 손흥민이 여전히 인기 있는 매물이라는 시장의 가치를 확인하는 소득도 얻었다. 나폴리에는 자신을 득점왕으로 만들어줬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자리 잡고 있다. 손흥민을 너무 수비적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오르게 만든 것으로도 찬사받아 마땅했다.
여기에 '악마의 재능'이 손흥민을 거론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국가대표를 지냈던 안토니오 카사노가 팟캐스트인 '비바 엘 풋볼'에 출연해 나폴리가 손흥민을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S로마, 레알 마드리드, AC밀란, 인테르 밀란, 파르마 등 주요 명문 팀을 거친 공격수 출신 카사노는 이탈리아 국가대표로 뛰며 39경기에서 10골을 넣었다. 능력과 달리 경기장 밖에서의 기행으로 비판도 받았지만, 축구를 보는 눈은 분명히 있다는 평가다.
카사노는 "콘테 감독이 지도했던 선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바로 손흥민이다. 저였다면 이적료를 주고라도 당장 영입할 것이다. 그만큼 대단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나폴리는 빅터 오시멘을 갈라타사라이로 임대 보내 놓은 상황이다. 흐비차까지 이탈, 윙어와 스트라이커 자원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가르나초와 더불어 손흥민이라는 거물이 합류한다면 수비를 탄탄하게 구축해 리그 1위를 달리는 나폴리에는 최적의 조합이라는 것이 카사노의 생각이다.
콘테 감독은 아탈란타, 유벤투스, 첼시, 인테르 밀란, 토트넘 등을 지휘한 바 있다. 명문 팀을 두루 거친 지도자의 제자 중 손흥민을 특정했다는 것 자체로도 그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