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측정한 이강인의 결정력은 프랑스 리그앙 모든 선수를 통틀어 2위다. 파리생제르맹(PSG)이 이강인을 붙박이 선발로 기용할 필요성이 또 입증됐다.
10일(한국시간) 프랑스 앙제의 스타드 레이몽 코파에서 2024-2025 프랑스 리그앙 11라운드를 치른 파리생제르맹(PSG)이 앙제에 4-2로 승리했다.
PSG는 9승 2무로 압도적인 선두 질주를 이어갔다. 한때 바짝 추격해 오던 2위 AS모나코는 승점 6점차로 따돌렸고, 3위 올랭피크마르세유는 승점 9점차가 됐다. 두 팀이 최근 3경기에서 나란히 2패씩 당한 반면 PSG는 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경기를 쉽게 풀어간 건 이강인이 두 차례 결정력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스트라이커로 나온 마르코 아센시오가 왼쪽으로 빠지면서 중앙으로 낮고 빠른 공을 보내면, 이강인이 이를 받아 넣는 패턴으로 일찌감치 2골이 나왔다. 문전에서 발만 대 넣는 이강인의 슛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이로써 이강인은 리그앙에서 기대득점(xG) 대비 실제득점이 최상위권이라는 기록을 이어 나갔다. xG는 각 슛이 얼마나 넣기 쉬운 상황인지 통계업체가 보유한 빅데이터와 AI로 비교해 산출하는 수치다. 이번 시즌 이강인은 10경기 동안 슛 18회를 날렸는데, 각 슛의 난이도를 보정하면 xG의 총합은 2.34였다. 슛 18개 중 당연히 넣어야 할 정도로 쉬운 건 거의 없었고, 대부분 넣기 어려운 슛이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강인의 실제 득점은 6골로 xG에 비해 3.66이나 더 많았다.
xG 대비 실제득점 기록에서 이강인은 리그 2위다. 1위는 올랭피크마르세유의 잉글랜드 대표 출신 공격수 메이슨 그린우드가 기록 중인 +4.25다. 이강인이 2위고, PSG 동료 브래들리 바르콜라가 +2.99로 3위에 올라 있다.
다만 바르콜라는 총 슛 횟수가 34회로 이강인보다 두 배 가량 많았다는 걸 감안한다면, 슛 횟수까지 감안했을 때 그린우드와 이강인의 결정력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서 PSG에 이강인이 꼭 필요한 이유가 드러난다. PSG는 xG 대비 실제득점이 약점인 팀이다. 팀의 xG 대비 실제득점이 -2.99로 리그앙 전체에서 15위에 불과하다. 강팀일수록 슛을 많이 해 이 수치가 나쁘게 나오는 경향도 있지만, 이번 시즌 성적을 많이 향상시킨 마르세유가 +4.47로 1위인 걸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이처럼 나쁜 결정력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1승 1무 2패로 부진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이강인과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마르코 아센시오는 -3.21, 랑달 콜로무아니는 -1.8로 팀 내에서 가장 나쁜 두 명이다. 결국 아센시오가 출격할 때는 이강인과 번갈아 쓰기보다, 결정력이 좋은 이강인을 함께 붙여주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이 난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개막 즈음 인터뷰에서 결정력 향상의 비결에 대해 직접 코멘트하기도 했다. 현재 레알마드리드로 떠난 킬리안 음바페를 보고 마무리에 대해 많이 배웠다는 이야기였다. 음바페는 PSG 시절 무려 6시즌 연속 리그앙 득점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결정력이 탁월했는데, 그 비결 중 하나는 너무 힘을 준 슛이 아니라 상대 타이밍을 빼앗으면서 가볍게 차는 슛이었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초반 먼 쪽 골대 구석이 아닌 가까운 쪽 구석을 집중적으로 노려 연속득점을 하면서 음바페 특유의 마무리 방식을 습득한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넣은 2골도 낮고 빠르게 오는 패스에 발만 댄다는 느낌으로 쉽게 마무리했다. 득점에 대한 부담이 큰 선수들은 힘을 줘서 차다가 골대 위로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강인은 그런 우를 범하지 않았다. 골의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라 내용을 봐도 결정력 향상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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