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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잔디 관리가 어려운 환경, 인조잔디가 현실적인 대안
천연잔디 관리가 어려운 환경, 인조잔디가 현실적인 대안
botv
2024-11-10 06:14



“이제 인조잔디 축구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가 됐다.”

천연잔디 축구장 관리와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축구계 곳곳에서 제기되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폭염과 한파, 부족한 재정 등 어려움을 고려해 천연잔디 구장을 최소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인조잔디 구장을 적극 활용하자는 게 골자다.

복수 프로축구단 관계자, 잔디 전문가들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요즘 인조잔디 품질이 천연잔디와 거의 똑같은 수준으로 좋아졌다”며 “인조잔디 연습구장을 많이 만들고 필요할 경우 인조잔디 구장에서 정식 경기도 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조잔디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거의 없다. 국내에서 최고 정상급 인조잔디가 깔린 곳은 FC서울 클럽하우스가 있는 GS챔피언스파크다. FC서울 18세 이하 유소년팀은 주로 인조잔디를 사용하고 프로팀은 천연잔디를 쓴다. 서울 성민 팀장은 “유소년 때 인조잔디를 쓰다가 프로가 돼 천연잔디를 쓰는 유스 출신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026년부터 인조잔디 품질을 1~3등급으로 구분하는 인증제를 실시한다. 1등급 구장에서는 프로경기와 A매치 등을 개최할 수 있다. 2등급에서는 K3, K4리그와 여자실업축구(WK리그)를 열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이미 인조잔디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인조잔디 구장을 적극 사용하는 곳이 적잖다. 노르웨이, 스웨덴, 러시아, 미국, 캐나다, 심지어 영국에서도 인조잔디 구장에서 프로경기, A매치 경기를 연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인조잔디를 공식적으로 승인하고 있다. 인조잔디 품질과 성능을 평가해 ‘FIFA Quality’와 ‘FIFA Quality Pro’ 등 최고 등급 인조잔디 구장에서는 프로경기와 A매치를 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게 핵심이다. FIFA 홈페이지에도 국가별, 등급별로 인조잔디 구장이 소개돼 있다. 2015년 캐나다에서 개최된 FIFA 여자 월드컵은 인조잔디 구장에서 진행됐다. 한 잔디 전문가는 “인조잔디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한다”며 “인조잔디는 천연잔디 못지않은 성능을 가졌음이 이미 입증됐다”고 말했다.


국내 모든 프로축구장에 인조잔디를 깔자는 게 아니다. 경기는 가능한 한 천연잔디에서 하면서 연습구장으로 인조잔디를 적극 활용하자는 뜻이다. 인조잔디는 천연잔디에 비해 설치비, 관리비가 무척 저렴하다. 사용 횟수, 사용 시기에도 제한이 거의 없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선수단도 연습과 일부 경기는 인조잔디에서 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조잔디를 프로수준으로 활용하려면 잔디 자체 품질 못지않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한 잔디 전문가는 “국내 인조잔디 제품도 품질이 뛰어난 게 적잖다”며 “철저하게 시공하고 꾸준히 관리한다면, 인조잔디 구장은 천연잔디구장에 비해 저렴한 비용, 수월한 작업으로 최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수, 통수가 잘 이뤄지도록 공사를 하면 필요할 경우 물을 충분히 뿌려 잔디 기온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날씨가 좋을 때는 천연잔디 구장을 사용하고 혹서기, 혹한기에 권역별로 만든 인조잔디구장을 쓴다면 천연잔디구장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국내 축구계 종사자는 “K리그가 고민하는 추춘제 전환을 위해서도 돔구장, 인조잔디구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인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책임연구원은 “천연잔디와 인조잔디를 균형있게 활용하면, 축구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클럽과 리그의 경제적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