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 홋스퍼 주변에서 손흥민을 깎아내리는 발언이 적지 않다.
그러나 손흥민은 의식하지 않고 자신 만의 길을 가고 있다. 최근 열린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도 결정적인 크로스로 결승포에 공헌하며 대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손흥민의 기량이 떨어져 이르면 올 여름 그를 팔아야 한다는 주장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손흥민 주장 완장을 19세 미드필더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것도 토트넘에서 4년간 감독직을 역임했던 프리미어리그 백전노장 감독의 주장이다.
영국 매체 '더 선'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토트넘 지휘봉을 잡았던 해리 레드냅 감독이 이런 주장을 했다.
레드냅은 토트넘 사령탑인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팀의 캡틴 완장을 손흥민이 아닌 아치 그레이가 차야 한다고 했다.
레드냅 감독은 2008년 10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토트넘 지휘봉을 잡았고, 포츠머스와 퀸즈파크 레인저스(QPR),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본머스 등 잉글랜드 여러 구단을 지휘하며 나름대로 역량을 인정받았던 지도자다.
공교롭게 토트넘에서 경질되고 몇 개월 뒤 부진에 빠져 있던 QPR 감독직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엔 박지성이 맨유 생활을 끝내고 QPR로 이적할 때였다. 레드냅이 오기 전 감독이었던 마크 휴즈는 박지성의 경험과 리더십을 높이 사 주장직을 맡겼는데 레드냅은 오자마자 박지성을 주장직에서 내렸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또 다른 한국인 손흥민의 주장 박탈을 주장한 것이다.
레드냅은 "손흥민을 사랑하지만 주장으로서 내게 뭔가 인상을 준 게 없다"며 "포스테코글루는 용감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레이에게 완장을 넘겨주면 10년 동안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이는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뒤 지난해 여름 토트넘으로 이적한 2006년생 유망주다. 올시즌 주포지션인 미드필더는 물론 센터백과 풀백으로도 뛰는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부상 병동 토트넘의 살림꾼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만 20세가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토트넘에서 1년도 뛰지 않은 새내기 미드필더인데 10년째 뛰고 있는 손흥민의 주장 완장을 박탈해 그에게 넘겨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앞서 해리 레드냅의 아들로, 토트넘에서 뛴 적이 있는 제이미 래드냅도 손흥민의 리더십을 비판한 적이 있다.
그야말로 부자가 한꺼번에 손흥민을 공개적으로 험담하는 것이다.
제이미 레드냅은 지난 10일 토트넘이 리버풀과의 카라바오컵 준결승 2차전에서 0-4 대패를 당하자 "손흥민이 한 번도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대체 그가 하는 게 무엇인가"라며 "토트넘의 어린 선수들이 안타깝다. 내가 어린 선수였으면 나를 이끌어주는 선배를 원할 것이다. 지금 토트넘에는 그런 선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토트넘에서 뛴 적이 있는 선배 제이미 오하라도 "손흥민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유형이 아니다. 이제 주장직을 내려놓고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손흥민 주장직 박탈을 제안하는 등 그의 리더십을 '억까(억지 비판)'하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오하라는 더 나아가 한국인들을 거론하며 도발까지 하고 나섰다.
토트넘 전문 매체 '토트넘 홋스퍼 뉴스'에 따르면 오하라는 "난 한국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난 손흥민이 주장도 아니고 리더도 아니며 그를 대체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SNS에서 24시간 내내 시달리고 있다"며 "손흥민이 토트넘에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선수였고, 최고의 선수였다. 세계적 수준이었으나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스피드를 잃었다. 그 누구도 제치지 못한다. 손흥민이 공을 잡아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때때로 나이가 선수를 이길 수 있다. 그때는 다른 방식을 찾기 시작해야 한다. 토트넘도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한다. 더 이상 손흥민이 주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금까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오하라는 손흥민 비판을 넘어 한국인들까지 싸잡아 거론하며 자신의 주장이 옳고, SNS에서 피해보고 있음을 역설한 셈이다.
오하라는 1986년생 잉글랜드 전 축구 선수 및 축구 감독이다. 지금은 방송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현역 시절 토트넘에서 약 6년(2005~2011) 활약한 경력이 있지만 크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오히려 지난 시즌부터 손흥민을 향한 독설로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엔 "손흥민 끝났어"라는 코멘트로 명성을 높이더니 새해 들어 손흥민 비판 강도를 더더욱 높이고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 이적 후에는 2016-2017시즌 프리미어리그 준우승,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20-2021시즌 카라바오컵 준우승으로 두 차례 눈물을 흘렸다.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우승 문턱까지 가지 못했다.
이번 시즌도 무관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리그 우승은 물 건너 갔고, 리그컵과 FA컵 모두 탈락했다. 남은 건 UEFA 유로파리그지만 유럽 강팀들이 토너먼트에 모두 진출해 우승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축구 컨텐츠 제작소 매드풋볼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토트넘 입단 당시 23세였던 손흥민이 트로피가 없었으나 32세가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트로피가 0개라는 사진을 만들어 게시할 정도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노 트로피'로 떠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토트넘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페이즈에서 상위 8위 안에 들어 16강에 직행한 상태다. 베팅업체는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라치오(이탈리아) 등을 우승 유력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17일 맨유와의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서 전반 13분 제임스 매디슨의 결승포 때 혼신의 힘을 다해 올린 왼발 크로스로 큰 기여를 했다.
손흥민이 아직은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경기 직후엔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매디슨을 비롯해 토트넘 선수들의 '캡틴 손' 극찬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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