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18년 프로 생활 마무리
제주 SK서 유소년 행정가로 2막
2012 런던 올림픽 축구 대표팀 주장으로 동메달을 따낸 구자철(36)이 축구화를 벗는다. 구자철은 1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수년 전부터 현역 은퇴를 고민하고 준비했다”며 “무릎이나 발목이 더는 버텨주질 못했다”고 말했다. 18년간 프로 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자신이 7시즌(2007~2010, 2022~2024) 동안 활약한 K리그 제주 SK FC의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축구 인생의 2막을 연다. 유럽에서 활약한 경험을 살려 제주 구단의 유소년 훈련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해외 클럽과 교류해 유소년 선수들의 연수 기회를 마련하는 역할이다.
구자철은 이청용(37·울산), 기성용(36·서울)과 함께 2010년대 한국 축구의 ‘황금 세대’로 불렸던 스타 미드필더다.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했고,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선 5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A매치 76경기 19골. 프로 무대에선 2007년 제주에서 데뷔해 2010년 K리그 준우승을 일궜고, 이듬해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유럽 무대를 밟았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6시즌을 뛰며 23골 13도움(155경기)을 기록한 그는 2020년 아우크스부르크 팬들이 선정한 역대 구단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따뜻한 팬 서비스와 모범적인 선수 생활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수많은 성과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은 역시 2012 런던 올림픽이다. 구자철은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아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쐐기골을 기록, 2대0 승리를 이끌며 축구 종목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그는 “동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 위에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던 그 때가 축구 경력 최고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올림픽 한일전 득점이 더 각별했던 이유는 1년 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A매치에서 일본에 0대3으로 패했기 때문. 구자철은 “대패를 당한 것이 너무 부끄러워 다음 한일전 때 지면 축구를 그만두겠다는 말까지 했는데 올림픽 무대에서 시원하게 설욕했다”고 말했다.
반면 구자철이 아직도 떠올리기 어려워하는 시간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이다. 대표팀 최연소 주장을 맡아 호기롭게 나섰지만, 무기력한 경기 끝에 조별 리그 1무2패로 탈락했다. 구자철은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에겐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데 내가 너무 부족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가 은퇴를 결심했을 때 가장 힘이 되어준 이는 이청용과 기성용. 구자철은 “두 친구가 ‘고생했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해줬다”며 “셋이서 한국 축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자는 말을 평소에도 나누며 많은 경험을 공유한다. 셋 다 축구 행정가와 지도자의 길 모두 열어 놓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제주 구단의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새출발하는 구자철은 “아직 현장의 어려움을 잘 몰라 직접 부딪치고 느껴야 한다”면서도 “유소년 시스템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서두르지 않되 매듭이 있는 일을 해보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어떻게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될까란 생각을 하면 설레서 잠이 안 온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