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 새영웅 김상식 감독
미쓰비시컵 무패 우승 신화
사소한 것까지 챙기니 단합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자처
韓관광객 김상식 효과 누려
“국위선양할 수 있어 행복해
이젠 짐풀고 두발 뻗고 자고파”
김 감독은 13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미쓰비시컵 우승을 차지한 뒤 나를 바라보는 베트남 국민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엄청난 환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거품처럼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게 인기인 만큼 곧바로 다음 대회 준비에 들어가려고 한다. 베트남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베트남 감독 데뷔전에서 승리했지만 이후 5경기에서 1승1무3패를 기록해서다.
그러나 김상식 감독이 자신에게 붙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친형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한 그는 베트남의 미쓰비시컵 사상 첫 무패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만들어냈다.
그는 “우리가 준비한 대로만 경기하면 결승에 갈 것이라는 예상을 했던 건 사실이다. 우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 태국까지 제압하게 됐다”며 “힘든 훈련을 묵묵히 견뎌낸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선수들과 함께 힘을 합쳐 여러 타이틀을 쟁취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인이 생각하는 ‘친형 리더십’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잠시 고민한 뒤 “먼저 다가가 아주 사소한 것까지 챙겨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정을 줘야 한다는 박항서 전 감독님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실천했다. 여기에 다른 감독님들과 차별화되는 한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 선수들의 개그맨을 자처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형님에서 한 단계 발전한 김상식표 친형 리더십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선수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홍삼이 큰 도움이 됐다고도 밝혔다. 그는 “베트남 선수들 대부분이 한국 선수들이 30대 중반까지도 현역으로 뛸 수 있는 원동력을 홍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해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왔을 때 하루도 빠짐 없이 매일 홍삼을 챙겨줬다. 홍삼 효과에 대해 선수들과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는데 그 때 엄청나게 가까워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상식 감독이 베트남에 미쓰비시컵 우승컵을 선물한 뒤 한국인 관광객들도 덕을 보고 있다. 베트남 여행 관련 내용이 올라오는 커뮤니티에는 이미 김상식 감독의 우승 효과를 경험한 이들의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상식 감독은 “사업하는 분들이 이번 우승으로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는데 관광객들에게까지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2018년 박항서 전 감독님 때 봤던 일들이 나로 인해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국위선양을 하게 돼 정말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축구 발전을 위한 변화는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베트남에 처음 왔을 때 변화하지 않으면 100% 실패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해야 한다.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 강국이 되는 날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식 감독이 다음 목표로 잡은 것 중 하나는 월드컵 본선 출전권 획득이다. 그는 “월드컵 출전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월드컵 본선 진출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베트남 축구의 기적을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에서 생활하느라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드러냈다. 그는 “감독 업무에 집중하느라 베트남에 가족들을 제대로 초대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 우승으로 조금이나마 가족들에게 보답을 하게 된 것 같아 기쁘다”며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딸이 함께 셀카를 찍자고 했을 때는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내 딸에게 인정받는 아버지가 되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