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가 유럽 무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라이벌들과 승점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 운용까지 꼬였다.
토트넘은 지난 12일 영국 탬워스의 더 램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4~2025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3라운드 원정에서 내셔널리그(5부) 탬워스와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3-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11시즌 연속 FA컵 4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FA컵 4라운드 추첨에서 또 다른 EPL 강호인 애스턴 빌라와 만나게 됐다. 토트넘이 애스턴 빌라와 FA컵에서 만난 것은 2017년 1월 3라운드 이후 처음이다. 토트넘이 지난해 11월 애스턴 빌라와 맞대결에서 4-1로 역전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
문제는 토트넘의 선수 운용이 꼬였다는 사실이다. 박싱데이(연말연시에 3~4일 간격으로 몰아서 경기)를 소화하느라 지친 선수들에 필요한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토트넘은 탬워스전 직후 16일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를 치른 뒤 19일 에버턴 원정까지 나서야 한다. 정규리그 20경기를 치른 현재 12위(승점 24)에 머물고 있는 토트넘은 두 경기를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유럽챔피언스리그 복귀를 기대할 수 있다.
더군다나 토트넘은 24일 독일로 넘어가 호펜하임과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7차전을 치르는 데 이어 26일 홈에서 다시 레스터 시티를 상대해야 한다. 좀처럼 쉴 수 없는 일정에서 탬워스를 상대로 일부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낭비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1부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팀으로 유일하게 아마추어 선수들을 상대하는 탬워스전을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잉글랜드 축구는 4부리그까지만 프로로 분류한다. 5부인 내셔널리그에서도 24개팀 중 16위에 머물고 있는 탬워스는 샌드위치 업체 사장(톰 톤크스)과 건물 측량사(자스 싱), 금융 상담사(벤 밀니스) 등 본업이 따로 있는 파트타임 선수들이 대부분인 아마추어 선수들이다. 토트넘이 젊은 피들을 중심으로 손쉽게 승리하는 게 당연한 경기였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달랐다. 토트넘은 티모 베르너와 제임스 매디슨, 이브 비수마 등 일부 주전을 투입하고도 전·후반 90분 내내 0-0으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후반 들어 도미닉 솔란케를 투입하는 강수도 탬워스의 육탄 방어를 뚫지 못했다. 과거 FA컵이 정규시간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재경기를 치르던 규정이 연장전 승부로 변경된 게 다행이었다.
결국, 토트넘은 연장전에서 손흥민과 데얀 쿨루세브스키, 제드 스펜스까지 투입한 뒤에야 3-0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손흥민은 상대 자책골로 1-0으로 앞서가던 연장 후반 2분 클루세브스키에게 낮은 크로스를 연결해 시즌 7호 도움을 기록했다.
한편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선수 운용은 양민혁의 데뷔전도 늦추고 말았다. 양민혁은 지난 9일 리버풀과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1-0 승)에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결장한 데 이어 탬워스전은 아예 출전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양민혁의 기용과 관련해 “그는 아직 어리고 EPL과 경쟁 수준이 다른 지구 반대편에서 왔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