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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우승 가능!" 토트넘, 현실은 5부 수준...아마추어 래퍼·대학 강사에도 쩔쩔→손흥민 나오고 겨우 이겼다
"무조건 우승 가능!" 토트넘, 현실은 5부 수준...아마추어 래퍼·대학 강사에도 쩔쩔→손흥민 나오고 겨우 이겼다
botv
2025-01-13 09:02



[OSEN=고성환 기자] 이게 토트넘 홋스퍼의 현 주소다. 토트넘은 손흥민(33)이 빠지면 5부리그 팀도 이기기 어렵다.

토트넘은 12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영국 탬워스의 더 램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4-2025시즌 FA컵 3라운드에서 탬워스(5부리그)와 0-0으로 비겼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세 골을 추가하며 3-0으로 승리,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마이키 무어-티모 베르너-브레넌 존슨, 제임스 매디슨-이브 비수마-파페 사르, 세르히오 레길론-아치 그레이-라두 드라구신-페드로 포로, 안토닌 킨스키가 선발로 나섰다.

손흥민은 휴식 차원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 외에도 도미닉 솔란케, 윌 랭크셔, 데얀 쿨루셉스키, 칼럼 올루세시, 루카스 베리발, 알피 도링턴, 제드 스펜스, 브랜든 오스틴이 벤치에 앉았다. 양민혁은 예상과 달리 명단 제외되면서 토트넘 데뷔를 또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예상과 달리 토트넘은 주축 선수를 대거 기용하고도 5부리그 16위 탬워스를 상대로 쩔쩔 맸다. 탬워스 선수들은 대부분 옷가게 아르바이트생, 벽돌공, 엔지니어, 샌드위치 가게 사장, 택시 운전사, 아마추어 래퍼, 대학교 박사 과정 학생 및 강사 등 본업이 따로 있는 세미 프로였지만, 토트넘을 잘 괴롭혔다.


시작하자마자 탬워스가 몰아쳐봤다. 벡래이 이노루가 토트넘 수비를 제치고 박스 왼쪽을 성큼성큼 돌파한 뒤 크로스했다. 공은 살짝 빗맞으면서 골대 쪽으로 향했고, 킨스키가 깜짝 놀라 쳐냈다.

탬워스는 이후로도 직선적인 공격과 톰 통크스의 놀라운 롱 스로인으로 토트넘을 위협했다. 토트넘은 전반 16분 매디슨의 개인기에 이은 슈팅으로 반격해 봤지만, 공은 골대를 살짝 넘어갔다.

토트넘이 좀처럼 답답한 흐름을 깨지 못했다. 전반 31분에야 첫 유효 슈팅이 나왔다. 매디슨이 수비 다리 사이로 공을 빼낸 뒤 뚝 떨어지는 중거리 슈팅을 터트렸지만, 골키퍼가 몸을 날려 막아냈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나온 사르의 결정적 슈팅도 육탄 방어에 막혔다.

토트넘은 전반 종료 휘슬이 불릴 때까지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전반 38분 매디슨의 박스 안 슈팅도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오히려 전반 41분 백패스 실수로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토트넘은 주축 선수들을 여럿 기용하고도 5부리그 팀을 상대로 한 골도 넣지 못하며 전반을 마무리했다.


후반에도 매디슨이 토트넘 공격을 이끌었다. 그는 후반 3분 박스 오른쪽으로 파고들면서 논스톱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싱의 집중력 있는 선방에 가로막혔다.

토트넘이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 10분 무어가 좌측면을 홀로 돌파한 뒤 크로스했다. 절호의 득점 기회였으나 베르너의 헤더는 빈 골문이 아닌 반대편으로 향했고, 골라인 앞에서 홀리스가 머리로 막아냈다. 1분 뒤 나온 포로의 중거리 슈팅은 크게 뜨고 말았다.

베르너가 또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후반 19분 역습 상황에서 존슨이 침투하는 베르너 앞으로 완벽한 전진 패스를 찔러넣었다. 베르너는 그대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으나 마지막 슈팅이 골키퍼에게 걸렸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후반 24분 사르와 무어를 불러들이고 루카스 베리발, 도미닉 솔란케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토트넘이 계속해서 두드려봤으나 소득을 얻지 못했다. 후반 26분 레길론이 왼쪽 뒷공간으로 빠져나간 뒤 반대편으로 길게 크로스했다. 존슨이 달려들며 발을 갖다 댔지만, 공은 옆그물을 때렸다. 이후로도 토트넘은 활로를 찾지 못했고, 90분 내에 탬워스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종료 직전 실점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결국 양 팀은 연장전까지 치르게 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토트넘이 연장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과 데얀 쿨루셉스키, 제드 스펜스를 한꺼번에 넣었다. 베르너와 매디슨, 드라구신이 벤치로 물러났다.

드디어 0의 균형이 깨졌다. 토트넘이 탬워스의 자책골 덕분에 리드를 잡았다. 연장 전반 10분 손흥민이 단독 질주로 프리킥을 얻어냈고, 포로가 이를 짧게 처리하며 탬워스의 허를 찔렀다. 존슨이 슈팅한 공은 수비에 맞고 굴절됐지만, 네이선 치쿠나가 이를 걷어내려다가 자기 골문에 집어넣고 말았다.

토트넘이 추가골을 터트렸다. 연장 후반 2분 손흥민이 좌측면에서 수비를 따돌린 뒤 박스 안으로 패스했다. 이를 받은 쿨루셉스키가 예리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꿰뚫으며 2-0을 만들었다. 손흥민의 시즌 7호 도움으로 기록됐다. 여기에 연장 후반 118분 존슨이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고 득점하며 쐐기를 박았다.

경기는 그대로 토트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을 투입하고도 120분 혈투를 치른 토트넘으로선 굴욕이나 다름없었다. 리버풀에서 뛰었던 스티브 워녹도 "탐워스 선수들이 스코어에 너무 압도되지 않길 바란다. 그들이 방금 이룬 성과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길 바랄 뿐이다. 훌륭한 퍼포먼스였다"라며 탐워스를 칭찬했다.


영국 '가디언'도 토트넘 선수들과 탐워스 선수들 간에는 차이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매체는 "건축가이자 벽돌공인 댄 크리니가 있다. 대학교 박사 과정 학생이자 강사인 톰 맥글린치가 있다. 방과 후 동아리 강사와 파트타임 래퍼로 일하는 치쿠나가 있다. 한편 축구선수 손흥민과 솔란케가 있다. 베르너는 아마 축구선수인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가디언은 "하지만 운명의 순간 몇 가지 선택, 잘못된 나이의 부상이 있었다면 서로의 입장이 쉽게 바뀔 수 있었을 것이다. 1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인조잔디 경기장에서 그들을 나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경기 후 맥글린치는 'ITV'와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놀라운 하루였다. 선을 넘지 못해 아쉽다"라며 "내일은 강의하는 일로 돌아간다. 안타깝게도 일용직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꿈 같은 하루를 보낸 소감을 밝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올 시즌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난 보통 우승하지 않는다. 2년 차에는 항상우승을 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지금 말했다. 나는 믿지 않는 한 말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토트넘이 이번 시즌 트로피에 도전할 수 있냐는 말에도 '전적으로(absolutely)'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하지만 냉정히 봤을 때 이대로라면 토트넘의 우승은 불가능에 가깝다. 토트넘은 리그컵에서 준결승에 올라 있고, FA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도 남아있다. 그러나 5부 팀을 상대로 90분 내내 쩔쩔 매는 지금의 경기력으론 절대 정상에 오를 수 없다.

무관에 질린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가 2023년 트로피를 찾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해리 케인처럼 토트넘과 10년 동행을 끝낼 수 있다는 것.

토트넘 스카우트 출신 브라이언 킹은 "내 생각에 손흥민은 토트넘이 뭐라도 우승하지 못하면 또 다른 이적을 고민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라며 "손흥민은 토트넘에 훌륭히 헌신한 선수였다. 그의 계약 상황은 몇 달 전에 해결됐어야 한다. 그러나 손흥민은 이제 한 번 더 큰 이적을 선보일 나이다"라고 말했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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