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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4년 월드컵 개최지는 사우디아라비아, 스포츠 워싱 및 겨울 월드컵 우려
2034년 월드컵 개최지는 사우디아라비아, 스포츠 워싱 및 겨울 월드컵 우려
botv
2024-12-12 09:10


열사의 땅에서 또 다시 최고의 축제가 열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의 단독 개최지로 확정됐다.

FIFA는 12일 211개 회원국이 화상회의로 참가한 임시 총회에서 2030년과 2034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안건을 의결했다.

2030년 대회는 유럽의 스페인·포르투갈, 아프리카의 모로코 3개국이 공동으로 개최하고, 2034년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다. 두 대회 모두 단독 후보라는 점에서 사실상 개최가 이미 확정된 상황이었다.

월드컵 100주년인 2030년 대회는 지난해 10월 FIFA 평의회에서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3개국의 공동 개최가 확정된 바 있다. 남미의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도 총 104경기 중 한 경기씩을 치르기로 해 3개 대륙 6개국에서 대회가 열리게 됐다. 1930년 초대 대회 개최국인 우루과이에선 100년 전 대회 경기장이었던 몬테비데오의 에스타디오 센테나리오에서 개막전이 치러질 예정이다.

문제는 2034년 월드컵 개최지인 사우디아라비아다. 공동 개최 의사를 밝힌 인도네시아와 호주가 경쟁자로 나설 것을 기대했지만,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 지지로 돌아서고, 호주도 대회를 포기하면서 FIFA의 결정만 남은 상황이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최를 축하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가 “아시아에서 2034년에 월드컵이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2034년 개최 의사를 밝힌 아시아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일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FIFA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꽃관을 씌웠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셰이크 살만 AFC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월드컵 유치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치 성공은 사우디아라비아 축구에 대한 비전과 헌신, 열정을 증명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 인권, 언론 탄압 문제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027년 아시안컵에 이어 2034년 월드컵에서도 스포츠 워싱(독재나 인권침해, 부정부패 등으로 나빠진 이미지를 스포츠로 세탁하는 행위)에 나설 기회를 줬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높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노동 인권 및 스포츠 책임자인 스티브 콕번은 “적절한 인권 보호가 마련되지 않은 채 2034년 월드컵 개최권을 사우디에 주기로 한 FIFA의 ‘무모한 결정’은 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풋볼서포터스유럽그룹은 “축구가 진정으로 그 정신을 잃은 날”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2034년 월드컵 개최는 2022 카타르 월드컵처럼 축구계를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도 높다. 보통 월드컵이 여름철에 개최되는 것과 달리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중동의 살인적인 무더위 문제로 겨울인 11월에 열렸다. 더욱이 사우디아라비아는 2034년 하계 아시안게임(11월 29일~12월 14일)로 유치해 월드컵이 2035년 1월에 열릴 가능성도 있다. 추춘제(가을에서 시작해 봄에 시즌이 끝나는 제도)가 대세인 축구에서 시즌이 한창인 시기라 유럽 등의 반발이 적잖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