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결정적 기회를 날려 역전패 빌미를 제공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끝내 눈물을 흘렸다.
첼시 소식을 전하는 앱솔루트첼시는 9일(한국시간) 토트넘과 첼시전이 끝난 후 "어던 이유에서인지 손흥민이 풀타임을 뛰고 경기장에서 울고 있다"고 전했다.
손흥민이 눈물을 흘린 이유는 첼시전 활약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이날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의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맞대결서 3-로 역전패했다. 공식전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을 기록한 토트넘은 6승2무7패, 승점 20으로 리그 11위까지 내려앉았다.
손흥민은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면서 팀이 2-4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시즌 5호 골(정규리그 4골 포함)을 터트렸지만, 팀의 역전패로 빛이 바랬다.
통계 전문 옵타에 따르면 토트넘이 EPL 무대에서 2골 차 이상 앞서다 역전패를 당한 것은 이번이 11번째다. 다른 팀들보다 적어도 4경기 이상 많다는 게 옵타의 설명이다.
사실 토트넘은 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첼시의 왼쪽 풀백 마르크 쿠쿠레야가 빌드업 과정에서 넘어지자 브레넌 존슨이 재빨리 낚아채 쇄도한 뒤 페널티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크로스를 내줬고, 골대 앞으로 쇄도하던 도미니크 솔란케가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추가골도 6분 만에 터졌고, 주인공은 이번 시즌 플레이메이커로 변신해 대성공하고 있는 데얀 쿨루세브스키였다.
첼시의 쿠쿠레야가 또다시 미끄러지며 볼 처리를 제대로 못 한 사이 볼을 빼앗은 토트넘의 쿨루세브스키가 페널티아크 정면 부근에서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꽂았다.
두 차례나 넘어지는 실수를 저지른 쿠쿠레야는 곧바로 벤치로 달려가 축구화를 갈아신었다.
첼시도 반격에 나섰고, 전반 17분 쿠쿠레야의 패스를 받은 제이든 산초가 페널티아크 왼쪽 부근에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만회골에 성공하며 토트넘을 압박했다.
손흥민에게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손흥민은 전반 24분 페널티지역 왼쪽 부근에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한 게 오른쪽 골대 상단을 살짝 벗어나며 아쉬움에 얼굴을 감싸 쥐었다.
전반을 2-1로 마친 토트넘은 후반 14분 이브 비수마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반칙을 범하며 옐로카드를 받고 페널티킥을 내줬고, 후반 16분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첼시의 콜 팔머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손흥민은 후반 23분 페널티지역 왼쪽 부근에서 오른발 슈팅을 때렸지만, 볼이 오른쪽 골대 밖으로 벗어나며 또다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토트넘은 후반 28분 엔소 페르난데스에게 역전골을 내주더니 후반 39분 팔머에게 페널티킥으로 쐐기골을 허용하며 2-4로 끌려갔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토트넘은 마침내 후반 추가시간 막판 손흥민이 골 맛을 봤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제임스 메디슨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파고들며 내준 컷백을 손흥민이 골 지역 정면 부근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방향을 바꿔 골 그물을 흔들었다.
결국 토트넘이 2-0 리드를 살리지 못하고 4골을 연달아 내준 뒤 손흥민 추격골이 뒤늦게 나와 3-4로 졌다.
손흥민이 득점하긴 했으나 좋은 찬스를 두 번 놓치면서 현지 평가도 냉담했다. 영국 매체 커트오프사이드는 "골문 앞에서 자신감이 전혀 없어 보였다. 결국 골을 넣긴 했으나 결정적인 기회를 몇 차례 놓쳤다. 토트넘이 추락하는 걸 막기 위해서는 더 서둘러야 했다"고 지적하며 평점 6점을 줬다.
이브닝 스탠더드는 "수많은 기회를 놓친 후 막판에서야 골을 넣었다. 3-2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기회들을 허비했다"며 평점 5점을 줬다. 익스프레스 또한 5점을 매겼다.
손흥민도 자신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경기 후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한참 흐느끼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동료들의 위로를 받으면서도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잡혔다. 자신의 실수가 패배로 이어진 것을 통감한 듯한 표정이었다.
SNS에서 팬들은 "토트넘에서 인생을 낭비했다는 걸 깨달았나보다", "일대일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좋은 선수지만 잘못된 팀에서 뛰고 있다"며 손흥민을 위로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영국 중계 방송사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매우 실망스럽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입을 열더니 "우리는 매우 엉성하게 골을 허용했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 때문에 졌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우리는 이런 순간에 나서서 골을 넣어야 한다"고 자책했다.
이어 "나는 팀을 실망시킨 것 같다. 팀이 매우 안타깝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골을 허용할 수 없다. 우리는 이 상황에 뛰어들 수 없었다"면서 "나는 하루 종일 여기서 실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오히려 기회를 탓하고 차라리 내가 그 탓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며 기회들을 여러차례 놓친 자신을 향한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SNS,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