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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1st] 아스널이 '새로운 스토크시티'로 불린다고요?
[PL.1st] 아스널이 '새로운 스토크시티'로 불린다고요?
botv
2024-12-06 17:43


물론 아스널이 소위 '남자의 팀'이라는 뜻은 아니다. 마르틴 외데고르가 부상을 당했을 때 시간 지연을 극한으로 활용해 '흑마법을 부린다'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번 시즌 퇴장자가 벌써 3명이 나오긴 했지만 피지컬로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팀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한동안 자신이 수석코치로 있던 맨체스터시티와 유사한 축구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술 표절이라는 개념이 없는 축구계에서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 축구를 한다는 칭찬에 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아르테타 감독과 펩 과르디올라 감독 사이에 유의미한 구분이 없다는 뜻으로도 통용됐다.


이제는 아스널과 맨시티의 색깔을 가르는 차이가 생겼다. 바로 세트피스다. 아스널은 2021년부터 니콜라스 조버를 세트피스 코치로 기용하고 있는데, 지난 시즌부터 조버와 아스널의 합이 제대로 맞아들어가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부터 이번 시즌 현재까지 아스널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넣은 세트피스 득점은 30골이다. 2위 에버턴(27골)을 제치고 리그 1위 성적이다

특히 아스널의 코너킥은 특이한 시작 방식 때문에 더욱 주목받는다. 모두가 코너킥에서 먼 골대 쪽에 있다가 킥이 날아올 시간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흩어진다. 상대팀 수비가 대인마크를 붙기 어려운 방법이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으로 선보였던 중앙에서 흩어지는 전략의 상위 호환이다. 주로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 등 장신 선수가 활약하는 경우가 많고, 때에 따라 이 선수들이 미끼 역할을 맡아 레안드로 트로사르 같은 단신 선수가 헤더로 득점하는 경우도 있다.

아스널이 코너킥으로 빛나는 건 약속된 위치를 잘 점하는 것과 약속된 위치로 공을 잘 보내는 걸 모두 잘하기 때문이다. 마갈량이스로 대표되는 위치 선정 고수들과 데클란 라이스, 부카요 사카처럼 킥에 능수능란한 선수들이 조화를 이뤘다. 아무리 상대를 교란시키더라도 약속된 위치에 공을 보내지 못하면 모든 게 무위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아스널의 세트피스는 아르테타 감독이 주입한 맨시티식 방법론이 요상한 곳에서 꽃피운 케이스라고도 할 수 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경기에서도 아스널의 세트피스가 빛을 발했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후반 9분 라이스가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가까운 곳에서 위리엔 팀버가 절묘하게 머리로 돌려 마무리했고, 후반 28분에는 부카요 사카가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먼 곳에서 토마스 파티가 헤더로 연결한 게 윌리엄 살리바의 엉덩이를 맞고 들어갔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부터 이 경기까지 코너킥으로만 22골을 넣어 PL은 물론 유럽 5대 리그에서도 2위 바이어04레버쿠젠(17골)을 크게 제친 1위를 질주했다, 같은 기간 맨시티는 15골로 전체 5위에 올랐다.

즉 최근 현지 매체와 전문가들이 말하는 "스토크시티 같다"라는 칭찬은 그만큼 세트피스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 스토크는 장신 선수들과 리암 델랍이라는 '투석기'를 활용해 스로인을 주요한 득점 루트로 활용한 반면, 아스널은 영리한 장신 선수들을 여럿 두고 코너킥에서 다양한 패턴으로 공격을 전개해 득점을 뽑아내기를 즐긴다.

사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