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커리어 최악의 부진에 빠졌지만 선수들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고 있다. 아픔에 빠진 팬에 대한 위로는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얼굴과 이마를 긁으며 스스로 아픔과 아쉬움을 삼켰다. 이와 관련한 농담성 인터뷰가 자해 논란을 빚자 곧바로 해명하는 등 팀 위기 상황에서도 성숙한 태도로 명장의 품격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8일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에게 비난을 퍼붓는 일이 거의 없으며, 전날 챔피언스리그 홈경기 페예노르트전에서 3골차 리드를 내주고 무승부에 그친 뒤에도 말을 지켰다”고 보도했다.
맨시티는 27일 열린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5차전 홈 경기에서 페예노르트에 3-0으로 앞서다가 후반 30분 이후 3골을 얻어맞고 3-3 무승부에 그쳤다. 맨시티는 UCL에서 75분간 3골차로 앞서다 승리하지 못한 최초의 팀이라는 굴욕적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맨시티는 페예노르트전에 앞서 지난달 31일 토트넘과의 리그컵 16강전에서 0-1로 진 것을 시작으로 직전 토트넘과 리그 경기(0-4)까지 공식전 5연패를 당했다. 유럽 최고 명문 바르셀로나-바이에른 뮌헨을 거쳐 맨시티를 지휘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은 커리어 첫 5연패의 쓴맛을 봤다.
이날은 엘링 홀란의 멀티골과 일카이 귄도안의 멋진 발리 득점으로 후반 초반까지 3-0으로 앞서나가며 연패를 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페예노르트가 매서운 추격에 나섰고, 맨시티는 후반 30분 이후 내리 3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최근 구단과 2년 재계약을 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뼈아픈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선수들에게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그것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며 선수들에 대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팬들을 향해 “그들은 과거의 성공을 기억하기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니라, 팀이 승리하는 것을 보기 위해 왔다. 그들이 느낀 것을 표현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다”며 그들의 감정에 공감했다.
선수를 보호하고 팬들의 아픔을 함께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후 코를 비롯해 이마와 머리에 상처가 난 채 기자회견에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관련 질문을 받자 “내 손가락, 내 손톱으로 그랬다. 스스로를 아프게 만들고 싶었다”라며 웃었다. 스스로를 자책한 것을 가볍게 표현하려 했지만 ‘자해’를 쉽게 말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명했다. 그는 “기자회견 마지막에 얼굴에 난 상처 질문을 받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생긴 상처라고 설명하면서 방심했다”고 적었다. 이어 “제 대답은 절대 자해라는 심각한 문제를 가볍게 만들 의도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정신 건강 문제로 매일 어려움을 겪는 걸 안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연락처를 알려드리고 싶다”며 자선 재단의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남겼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로서 자신이 내뱉는 말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 자칫 오해와 논란의 소지가 있을 발언에 대해 곧바로 성심껏 소명하며 거장의 품격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