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망언인지 모르겠다. 누가봐도 인종차별 발언을 접한 손흥민(토트넘)이 피해자인데, 가해자인 로드리고 벤탕쿠르(토트넘)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번 주인공은 에버턴의 CEO를 역임했던 키스 와이네스다. 현재는 축구 컨설팅 회사를 운영중인 축구 전문가다.
영국 매체인 ‘풋볼 인사이더’는 28일 와이네스가 벤탕쿠르의 징계가 너무 과하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와이네스는 벤탕쿠르가 받은 징계에 대해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지난 18일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벤탕쿠르에게 7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10만 파운드(약 1억7655만원), 그리고 의무 대면 교육 프로그램 참여 명령이라는 징계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FA는 홈페이지를 통해 “벤탕쿠르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독립규제위원회가 청문회를 거친 끝에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 FA 규정 E3 위반을 확인했다고 판단,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우루과이 출신인 벤탕쿠르는 지난 6월 우루과이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손흥민과 관련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진행자로부터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벤탕쿠르가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을 갖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과 그의 사촌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담긴 무례한 발언이었다.
이후 거센 비난이 이어지자 벤탕쿠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의 글을 남겼다. 이마저도 24시간이 지나고 사라지는 형태의 게시물이었기 때문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이후 손흥민이 벤탕쿠르의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축구계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벌여온 단체인 ‘킥잇아웃’이 이 사건과 관련한 여러 제보를 토트넘 구단과 당국에 전달하는 등 논란이 확산하면서 징계 절차가 시작됐고, 결국 벤탕쿠르가 징계를 받게 됐다.
그런데 벤탕쿠르가 인종차별 발언을 해 논란이 터졌을 당시에는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입장문을 발표했던 토트넘은, 벤탕쿠르가 징계를 받는다고 하자 번개보다도 빠르게 벤탕쿠르를 옹호하고 나섰다. 안 그래도 재계약 문제 때문에 심란한데, 손흥민의 마음만 상처를 입었다. 더 황당한 것은 일이 터지고 나서 손흥민을 향한 사과에 대한 벤탕쿠르의 발언이었다. 벤탕쿠르는 “내 발언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인터뷰의 일부만 편집돼 보도가 된 것에 대한 사과였다”고 주장했다. 손흥민에 대한 사과가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이 들통난 셈이다.
여기에 토트넘이 항소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섰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벤탕쿠르를 ‘최고의 인성을 가진 선수’라고 칭찬하는 것과 함께 토트넘의 항소 결정에 찬성하고 나서 피해자인 손흥민 생각은 조금도 안한다는 비난을 들었다.
그런데 와이네스가 여기에 또 한 번 불을 붙인 것이다. 와이네스는 “FA에서 7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는데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6경기로 줄어들지 않는다면 그게 더 놀랄 일이다.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벤탕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서도 “그가 표현이 서툴러서 그런 것이다. 토트넘과 벤탕쿠르가 불쌍하다”며 황당한 말을 이어갔다.
FA가 벤탕쿠르에게 역대 최고로 무거운 징계를 내린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그만큼 벤탕쿠르의 사안을 FA가 무겁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와이네스는 “FA가 가혹하다. 합리적이 아니라, 터무니 없는 징계다. 토트넘과 벤탕쿠르에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라며 벤탕쿠르의 편에 서서 FA를 비난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