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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의 매직… 리버풀 깨웠다
슬롯의 매직… 리버풀 깨웠다
botv
2024-11-26 11:21


■ EPL ‘10승1무1패’ 1위 질주… 부임 첫해 우승 노리는 슬롯 감독

짧은 패스로 점유율 높이는

과르디올라 감독과 전술 비슷

훈련 세션 세분화에 지속 반복

선수들에 ‘주입식 훈련’ 성과

최소 경기 10승으로 눈길잡아

2위 맨시티와 승점8差 압도적

ESPN “역사적인 선두” 극찬

아르네 슬롯(46·네덜란드·사진) 리버풀 감독이 올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 데뷔한 후 압도적인 성적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네덜란드의 과르디올라’로 불리던 슬롯 감독은 자신을 향한 기대에 부응한 데 이어 주제프 과르디올라(53·스페인) 맨체스터시티 감독도 이루지 못한 부임 첫 시즌 EPL 우승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리버풀은 올 시즌 EPL을 압도하고 있다. 리버풀은 26일(한국시간) 기준 10승 1무 1패(승점 31)로 2위 맨체스터시티(7승 2무 3패·승점 23)를 승점 8 차이로 앞서고 있다. ESPN은 “역사적인 선두”라고 표현했다. 1992년 EPL 출범 이후 개막 12경기 만에 2위와 간격을 승점 8 이상 벌린 건 1993∼1994시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밖에 없기 때문. 더구나 맨체스터시티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1부리그 사상 첫 4연패 신화를 달성한 강팀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리버풀의 지휘봉을 잡은 슬롯 감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슬롯 감독은 불과 12경기 만에 EPL에서 손꼽히는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통계전문업체 옵타에 따르면 EPL 데뷔 시즌에 슬롯 감독보다 빨리 10승(12경기)을 챙긴 사령탑은 없다. 명장으로 분류되는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이탈리아) 감독이 이 부문 공동 1위다. 리버풀은 특히 여름 이적시장에서 돋보이는 선수 영입도 없었기에 슬롯 감독의 지도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슬롯 감독은 EPL 데뷔전부터 ‘기록’을 세웠다. 지난 8월 17일 EPL 개막전에서 입스위치 타운을 2-0으로 제압, 1998년 제라르 울리에(프랑스) 감독 이후 26년 만에 데뷔전 승리를 거둔 리버풀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승승장구, 부임 첫 시즌 EPL 우승까지 겨냥하고 있다. 부임 첫 시즌 EPL 우승은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과르디올라 감독도 하지 못한 일이다. 옵타는 26일 리버풀의 우승 확률을 76.39%, 맨체스터시티의 우승 확률을 15.07%로 분석했다.

슬롯 감독은 밝은 전망에도 방심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는 승점 차를 지키고, 이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대부분 승리가 여유롭지 않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스널 또한 맨체스터시티를 승점 8 차로 앞선 적이 있었지만 결국 따라잡혔고, 우승을 내줬다”고 강조했다. 또 “맨체스터시티와 아스널은 물론 첼시와 토트넘 홋스퍼도 연승할 수 있는 저력을 갖춘 팀이다. 1위를 유지하는 것이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절대 동요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슬롯 감독은 그런데 우승 경쟁자인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영향을 받아 자신의 축구를 구축했다. 현대축구를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8년 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사령탑으로 데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독일 분데스리가에 이어 EPL까지 휩쓸었다. 슬롯 감독은 페예노르트(네덜란드) 시절 ‘네덜란드의 과르디올라’로 불렸다. 텔레그래프는 “슬롯 감독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플레이북에서 그대로 따온 것처럼 점유를 강조하며 경기를 지배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슬롯 감독은 과르디올라 감독처럼 후방에서부터 빌드업(공격 전개), 그리고 많은 시간 공을 점유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래서 짧은 패스로 공격을 펼친다. 슬롯 감독은 그리고 측면에서 중원, 중원에서 측면으로 선수들이 가세하며 수적 우위 상황을 끊임없이 조성한다. 또한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펼치는데, 공을 탈취한 뒤엔 기존 방식의 빌드업을 펼치지 않고 빠른 역습으로 찬스를 만들기도 한다.

슬롯 감독은 상대에 따른 맞춤 전술을 준비, 여러 상황을 대비하기에 선수들이 적응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리버풀이 빠르게 슬롯 감독의 전술을 펼치는 건 ‘주입식’ 훈련 덕분이다. 슬롯 감독은 페예노르트 시절부터 훈련 세션을 세분화한 뒤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펼쳐낼 때까지 지속 반복했다. EPL 사무국은 리버풀을 분석하며 전임인 위르겐 클롭 감독이 중원에서 선수들의 자율성을 강조한 것과 달리 슬롯 감독은 자신의 지시를 철저하게 이행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