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가 31년 동안 맡아 온 축구협회장에 도전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허정무 전 프로축구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축구인으로서 현장을 잘 아는 대한축구협회장이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허정무 전 이사장은 지난 25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출마 선언문을 낭독한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으로 31년 동안 현대가(家)가 맡아 온 축구협회장에 도전하는 각오를 전했다.
허 전 이사장은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 더는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며 "내가 가려는 이 길은 분명 가시밭길이다. 거대한 장벽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누군가는 가야 할 길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앞장서기로 했다. 축구협회를 개혁하고 한국 축구의 새로운 100년을 만드는 유쾌한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한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 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며 "누군가는 이 추락을 멈춰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려내는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허 전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5가지 해결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동행, Open KFA with All ▲공정, 시스템에 의한 투명하고 공정한 협회 운영 ▲균형, 지역협회의 창의성과 자율성 보장 ▲투명,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 및 선임 시스템 마련 ▲육성, 축구 꿈나무 육성과 여자축구 경쟁력 향상 등을 제시했다.
이에 허 전 이사장은 "협회에 있는 기간 내가 느꼈던 점은 '참 의사 결정 자체가 안 된다'였다. 어떤 조직에서 안건이 올라왔을 때는 전문가, 각 담당 부서와 의견을 조율해서 검토, 보류, 추진 등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아쉬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정 회장은 근본적으로 축구에 대한 열정, 사랑은 많이 가지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정 회장과 달리, 본인은 축구인으로서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허 전 이사장은 "현장을 안다. 그게 나의 장점이다. 유스부터 프로팀까지 우리나라 축구 현실을 안다"며 "이걸 바탕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건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해 왔다. 내가 축구인으로서 (축구협회장에) 도전하는 이유기도 하다"고 힘줘 말했다.
쉬운 도전은 아니다. 현대가가 31년 동안 맡아 온 축구협회장에 도전하는 만큼 외부 압박도 있다.
허 전 이사장은 "(현대가에 도전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지금까지 많이 들려오고 있다. '감히'라는 이야기도 들린다"면서도 "의외로 그런 면에서는 두려움이 없다. 어떤 소리도 두려워하지 않고 해야 될 일에 목표를 두고 최선을 다할 각오"라고 설명했다.
허 전 이사장의 경쟁 상대는 정 회장이 유력하다.
정 회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4선 도전을 밝히지 않았으나, 4선에 도전할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만약 정 회장이 출마를 선언한다면 12년 만에 복수 후보가 축구협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다음 달 12일까지 선거운영위원회가 꾸려지고, 이후 25일부터 사흘간 후보자 등록 기간을 거쳐 내년 1월8일 투표가 진행된다.
선거인단은 축구협회 대의원과 산하단체 임원, 지도자·선수·심판 등 축구인 약 200명으로 구성된다.
축구협회 정관 제23조의2 제2항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에 따르면 축구협회장 후보는 선거 당일 기준으로 만 70세 미만인 자만 가능하다.
선거 예정일은 1955년 1월13일 생인 허 전 이사장의 70세 생일을 닷새 앞둔 시점이기에 출마에는 문제가 안 된다.
1980년대 초반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에서 활약하며 유럽 무대를 경험한 허 전 이사장은 1990년대에는 지도자로 변신해 전남드래곤즈, 인천 유나이티드 등 프로축구 K리그 구단을 이끌었다.
2010년에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2010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 사상 첫 원정 대회 16강 진출을 이뤄내기도 했다.
이후 행정가의 길을 걸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축구협회 부회장을 맡았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로도 일했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대전의 이사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