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이 '장기적 리빌딩'이라는 과제를 들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최고 감독 논쟁에서 알렉스 퍼거슨 경을 넘어서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맨시티가 충격적인 5연패를 당했다. 토트넘홋스퍼를 홈으로 불러들였는데 0-4로 대패했다. 맨시티는 토트넘과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에서 진 이후 본머스, 스포르팅CP,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에 패배한 데 이어 토트넘과 재차 맞대결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맨시티가 공식전 5연패를 당한 건 1995-1996시즌 이후 29년 만이고, 리그 정상에 오른 팀이 그 다음 시즌 5연패를 한 건 1955-1956시즌 첼시 이후 68년 만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8년 바르셀로나 1군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단 한 번도 5연패를 당한 적이 없었다. 그조차 처음 맞닥뜨리는 상황이다.
맨시티의 부진으로는 여러 이유가 지적된다. 맨시티의 등대 역할을 하던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의 부재, 또 다른 핵심인 후벵 디아스의 부상, 케빈 더브라위너의 잦은 부상, 작은 선수단이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체력적 문제, 유러피언 트레블 및 PL 4연패로 찾아온 동기부여 저하 등등.
모든 요소를 종합해보면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에서 맨시티가 한 사이클이 끝나감을 알 수 있다. 이 또한 과르디올라 감독이 처음으로 맞이하는 이벤트다. 지금까지 바르셀로나에서는 4년, 바이에른뮌헨에서는 3년 있었기 때문에 리빌딩이 필요할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한 구단에 머물지 않았다. 맨시티에서도 첫 시즌 무관에 그쳤을 뿐 이후에는 계속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맨시티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선수 수급도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돼왔다.
이제는 그 시기가 끝나간다. 과르디올라 맨시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더브라위너는 33세다. 공수 연결에 없어서는 안 될 베르나르두 실바도 30줄을 넘겼다. 로드리는 28세로 신체적 전성기를 지나고 있는데 십자인대 부상과 이전부터 쌓인 피로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맨시티 선수단 평균 연령은 27.8세로 PL 전체에서 공동 4위다. 26.5세 내지 27세가 적정한 선수단 평균치로 고려되니 확실히 맨시티는 노쇠화되고 있다.
장기적 리빌딩 능력은 지금껏 숱한 역사를 써내린 과르디올라 감독이 퍼거슨 경을 넘지 못하는 단 하나의 이유다. 퍼거슨 경은 1990년대 초반 맨유를 완벽하게 재건해 첫 번째 전성기를 이끌었고, 2000년대 초반 아스널과 첼시에 왕권을 뺏긴 뒤에도 적절한 리빌딩을 통해 2000년대 후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물론 장기적 리빌딩 능력을 검증하지 못한 건 과르디올라 감독이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했기 때문에 지금껏 평가받을 기회가 없었던 거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가는 팀마다 성공가도를 달렸다. 바르셀로나에서 휘청이는 팀을 6관왕으로 이끌고, 맨시티에서도 두 시즌에 선수단을 개편해 리그 우승을 만들었다. 단기적 리빌딩 능력은 이미 입증됐다.
이제는 장기적 리빌딩을 보여줄 차례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공식전 4연패 후 최대 2년 재계약을 맺으며 리빌딩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라이벌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위르겐 클롭 감독처럼 맨시티에 새로운 사이클을 선사하는 걸 마지막 과제로 삼을 공산이 크다. 클롭 감독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떠났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 이상을 해낼 수 있는 인재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토트넘전 패배 후 "선수들을 그 어느 때보다 신뢰한다"라며 현재 선수단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재계약을 통해 리빌딩이 필요함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만약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시티 선수단을 성공적으로 개편한다면 이제는 퍼거슨 경을 완벽히 넘어 PL 역대 최고 감독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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