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새로운 선수에게는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그러나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는 그럴만큼 사정이 넉넉치 못하다. 부상병동이기 때문이다.
양민혁(강원FC)은 지난 23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38라운드 최종전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를 마쳤다. 이 경기가 한국에서 치르는 고별전이 됐다. 오는 29일 열리는 K리그 시상식을 끝으로 한국 리그에서의 활약을 모두 마친 후 12월 토트넘에 조기 합류할 예정이다.
현재 강원 소속인 양민혁은 지난 7월 28일 토트넘으로의 깜짝 입단 소식을 알려 큰 화제가 됐다. 이후 '예비 프리미어리거'인 그의 활약에 여느때보다 많은 눈이 모였다. 한국에서 그가 남긴 최종 성적은 38경기 12골 6도움이다. 이달의 영플레이어 상을 5차례(4,5,6,7,10월) 수상했으며 이달의 골, 이달의 선수(이상 7월)에도 선정됐다. 강원을 넘어 현 시점 K리그 역대 최고의 루키로 불리며 토트넘의 지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당초 양민혁은 2025년 1월 토트넘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토트넘은 불가피하게 '양민혁 당겨쓰기' 카드를 사용하게 됐다. 현재 토트넘의 주요 선수들이 모두 부상을 입어 아웃되거나 구설수로 인해 출장정지 징계 처분을 당했기 때문이다. 윌슨 오도베르와 히샤를리송이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을 입었다. 오도베르는 지난 16일 결국 수술대에 올랐고 히샬리송도 1달 이상의 결장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마이키 무어도 바이러스로 인해 이탈했으며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컨디션도 100%가 아니다. '손흥민 인종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된 로드리고 벤탄쿠르까지 7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아 팀의 절반이 사실상 없어진 수준이다. 손흥민 역시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팟캐스트 '릴리화이트 로즈' 소속 존 웬햄은 양민혁의 데뷔전을 1월로 전망했다.
존 웬햄은 지난 24일(한국시간) 토트넘 뉴스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시즌이 끝날때까진 양민혁이 영국 생활에 적응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한국에서 영국으로 어린 나이에 이적하는 것은 큰 변화다. 만약 영국축구협회(FA)컵 3라운드 쯤에서 운이 좋다면 양민혁의 데뷔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그는 "그 외에는 3월부터 21세 이하(U-21)에서 간혹 출전 기회를 얻을 것 같다. 팀에 적응해나가면서 말이다"라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전한 '핫스퍼 뉴스'는 "만약 토트넘이 FA컵 3라운드에서 비교적 약한 팀을 만난다면 양민혁이 이 팀에서 데뷔를 이룰 수 있는 완벽한 타이밍이 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양민혁을 너무 강하게 압박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양민혁은 K리그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2024년을 돌아보며 "정말 감사한 해라고 생각한다. 좋은 스탭 선생님들과 선수 형들이 좋은 인연을 만들어줘서 시즌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토트넘에는) 시즌 중반에 합류하다보니 제 몸 회복에 제일 집중할 것 같다. 제 축구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니 많이 응원해달라"고 전했다.
한편 양민혁은 오는 12월 16일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다.
사진= K리그, MHN스포츠 DB, 연합뉴스,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