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데체르비 올랭피크마르세유 감독이 함부로 사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전쟁 상황을 인용했다.
데체르비 감독은 잉글랜드의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을 이끌며 여러 빅 클럽의 관심을 받았지만, 좀 더 수준이 낮다고 평가되는 프랑스 리그앙의 마르세유 지휘봉을 잡았다. 마르세유는 데체르비 감독뿐 아니라 선수 영입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그만큼 이번 시즌에 거는 기대가 크다. 마르세유는 시즌 초 선두 경쟁을 이어갔지만 최근 파리생제르맹(PSG)과 승점차가 9점으로 벌어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9라운드 홈 맞대결에서 무기력하게 0-3으로 패배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데체르비 감독은 PSG에 진 뒤 "내가 문제라면 깔끔하게 물러나겠다. 보상금도 안 받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나름의 의도는 팀에 해를 끼치지 않고 책임지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지만, 현지에서는 오히려 사임하는 거냐는 의혹만 커졌다.
그러자 데체르비 감독은 23일(한국시간) 'AP' 등 외신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졌다. 마르세유는 24일 랑스를 상대로 12라운드 원정 경기를 갖는다. 앞으로는 한 번이라도 패배를 놓치면 그만큼 PSG와 승점차가 벌어지기 때문에 연승만이 답이다. 게다가 우승은 놓치더라도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은 사수해야 하는데, 현재 4위 릴에 승점 1점차로 추격 당하고 있기 때문에 반등이 더 절실하다.
이 자리에서 데체르비 감독은 "난 절대 사임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난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키이우를 폭격했을 때도 우크라이나에서 도망가지 않았다. 어떠한 일이 발생했다고 해서 도망칠 일은 없다. 마르세유 구단과 우리 선수들에게 신뢰가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출신 데체르비 감독은 자국의 여러 구단을 지도하다가 2021-2022시즌 우크라이나의 샤흐타르도네츠크를 이끌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더욱 높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건 그가 일하고 있던 2022년 2월의 일이다. 전쟁 때문에 자국리그가 중단되고 많은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 데체르비 감독도 이 시즌을 끝으로 떠나 브라이턴에 부임했다.
의지는 좋지만, 자신의 말을 지키려면 결과가 따라야 한다. 본인은 도망치지 않더라도 경질당하면 떠날 수밖에 없다. 수비 개선이 급선무다. 마르세유는 최근 3경기 중 2경기에서 3실점 패배를 당하는 등 실점이 늘어나고 있다. PSG전은 그렇다쳐도 중위권 오세르를 상대로도 홈에서 대패했다. 주전 수비수 중 딱히 부상자도, 결장하는 선수도 없다. 게다가 9월 중순에야 영입된 프랑스 대표팀 주전 미드필더 아드리앙 라비오의 존재로 인해 시즌 중에도 전력이 더욱 강화된 팀이다.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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