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의 로드리고 벤탄쿠르 감싸기는 참 불편하다.
토트넘은 오는 24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2024-2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빅 매치를 앞둔 만큼 모두가 승패를 예상하고 분석해야 하는 지금 이 순간, 토트넘은 내부적으로 하나가 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독립 규제 위원회는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전 정지 및 10만 파운드(한화 약 1억 70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토트넘은 7경기 출전 정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결국 이와 같은 제재에 대해 항소했음을 알렸다.
토트넘은 “이번 주 벤탄쿠르를 향한 FA의 제재에 대해 우리 구단은 항소했다”며 “위원회에 의한 벤탄쿠르의 유죄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이후 제재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벤탄쿠르에 대한 항소 기간 동안 국내 대회 출전 정지는 유효하며 이 기간 내 추가적인 언급은 없을 것”이라고 더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반응도 대단히 아쉽다. 그는 맨시티와의 경기를 앞둔 사전 기자회견에서 벤탄쿠르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와 최근 만나 잠깐 대화를 나눴다. 그는 자신에게 어떤 처벌이 있더라도 감수할 것이라고 계속 인정했다”고 이야기했다.
또 “우리는 벤탄쿠르를 제재 기간 동안 지원할 것이며 극복하기를 바란다. 제재가 끝나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라고 더했다.
그러면서 “나는 벤탄쿠르보다 더 큰 실수를 저질렀을 만큼 나이가 많다. 그러나 그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그 역시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자신의 선수를 감싸는 건 분명 부정적으로만 보기 힘든 일. 다만 팀 주장을 향한 인종차별과 같이 큰 문제라면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었다. 7경기 출전 정지과 10만 파운드 제재는 가볍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소할 정도로 무거운 제재도 아니다. 인종차별이 관련되어 있다면 말이다.
손흥민 역시 이를 바라보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이러한 자세가 과연 어떤 영향을 끼칠지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한편 벤탄쿠르는 올 여름 우루과이 TV 방송 ‘포를라 가미세타’에 출연,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질문에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을 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과 그의 사촌은 똑같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벤탄쿠르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SNS를 통해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매우 좋지 못한 농담이었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알 거야, 너를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은 아니야. 사랑한다”고 밝혔다.
하나 손흥민의 애칭 ‘쏘니’를 sonny가 아닌 sony로 적는 등 무성의한 모습을 보였다. 벤탄쿠르의 이러한 사과에도 부정적인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대인배’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사과에 “이미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실수했다는 걸 알고 있으며 사과도 했다”며 “벤탄쿠르가 공격적으로 말하려는 건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이며 이로 인해 바뀌는 것도 없다. 이제는 지나간 일이며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한 팀으로서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FA는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봤다. 벤탄쿠르를 인종차별 문제로 규정 위반 기소했다. FA는 “벤탄쿠르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동,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이 사건은 국가, 인종, 민족에 대한 언급이 있기에 가중 위반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벤탄쿠르에 대한 제재가 이어졌고 토트넘은 항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를 감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