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배웅기 기자= 김천상무가 상무 축구단 역사상 최초 준우승에 도전한다.
김천은 23일 오후 2시 김천종합운동장에서 FC서울과 하나은행 K리그1 2024 38라운드 홈경기 최종전을 치른다. 김천은 현재 18승 9무 10패를 거두며 승점 63을 누적, 3위 강원FC(18승 7무 12패·승점 61)와 격차는 2점으로 이번 경기 승리를 따낼 경우 자력 준우승을 확정 짓는다.
이는 1984년 상무 창단 이래 최고 성적이다. 종전 기록은 김천의 전신 상주상무의 2020시즌 4위(13승 5무 9패·승점 44)다.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다소 짧은 시즌이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김천 성적은 '역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천은 시즌 개막 전만 해도 '강등 1순위 후보'로 꼽혔다. 지난 시즌 극적으로 승격을 이룬 것은 물론 2024년 중반 김준홍(전북현대), 윤종규(FC서울), 원두재(코르 파칸 클럽), 김동현(강원FC), 김민준(울산 HD) 등 핵심 자원들의 전역이 예정돼있어 과도기의 전력 누수가 불가피했다.
그러나 정정용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려 17명의 전역자가 발생하는 것을 대비해 일·이병 선수를 과감히 기용했고, 시즌 중 입대한 박찬용·김강산·이동경·이동준·이승원 등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며 빠른 적응을 꾀했다. '여름에 약하다'는 상무를 향한 편견을 타파하려 든 것이다.
부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김천은 7~8월 8경기 중 2승을 확보하는 데 그쳤고, 이대로 추락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만 선수들에게 우승 도전이라는 동기부여는 뚜렷했고, 김천은 사실상 결승전이던 10월 6일 울산전(1-2 패) 전까지 3연승을 내달리며 기대감을 키웠다.
비록 울산이 3연패 위업을 달성하는 것으로 시즌이 끝을 맺었지만 김천의 목표는 아직 명확하다. 서울을 꺾고 준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다. 김천이 군경 팀 특성상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나 선수들은 이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결의에 가득 차있다.
그렇다면 김천이 예년과 달리 최고 성적을 경신하고, 나아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심에는 특유의 전술 철학과 묵묵한 리더십을 선보인 정정용 감독이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전술적 유연성이다. 정정용 감독은 선수 구성을 제외하고 시스템을 구상하는 데 있어 별도의 플랜A를 두지 않았다. 상대 맞춤 전술을 준비했고, 상황에 따라 백쓰리와 백포 등 다양한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중원의 경우 투 볼란치와 투 메짤라를 적절히 혼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용병술 또한 빛났다. 정정용 감독은 박승욱, 김강산, 박수일, 김봉수, 이동경 등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최상의 경기력을 이끌어냈다. 이는 박승욱, 김봉수의 국가대표팀 최초 발탁 및 이영준(그라스호퍼 클럽 취리히)의 유럽 진출 등 선수들의 직간접적인 성장으로 직결됐고, 자연스레 대한민국 축구 발전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정정용 감독은 선수 육성에도 일가견을 보였다. 군인 신분의 선수라면 비교적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개개인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지도하며 발전을 극대화했다. 선수들 역시 입을 모아 정정용 감독을 극찬할 정도였다.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정정용 감독은 하나은행 K리그 2024 대상 시상식 K리그1 최우수감독상 부문에 김판곤 울산 감독, 윤정환 강원 감독과 이름을 올렸다. 부임 이래 1패를 기록한 김판곤 감독, 왕권에 도전한 윤정환 감독까지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나 김천의 괄목상대를 이끈 정정용 감독이 상을 받는다고 해도 반박의 여지는 없다.
정정용 감독의 김천 동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정용 감독은 이달 초 수원FC전(2-1 승) 승리 이후 스포탈코리아와 인터뷰를 통해 "다음 시즌 왕자의 난을 준비해 왕권을 탈환할 것"이라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사진=김천상무프로축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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