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이 보이는 태도도 속이 상한데, 이제는 감독까지 나서 ‘캡틴’의 권위를 끌어내리고 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손흥민에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로드리고 벤탕쿠르를 두둔하고 나섰다. 손흥민(토트넘)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22일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구단이 로드리고 벤탕쿠르의 7경기 출전 정지 징계에 항소한 것에 큰 지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FA의 징계를 앞두고 벤탕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점은 그가 정말 뛰어난 사람이고, 굉장한 팀원이며,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최고의 인성을 가진 선수라는 것”이라고 했다. 벤탕쿠르의 됨됨이를 칭찬한 것에 이어 “구단 차원에서 우리는 벤탕쿠르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정말 황당함을 감출 수 없다. 피해자인 손흥민을 감싸기는 커녕, 가해지인 벤탕쿠르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지난 18일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벤탕쿠르에게 7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10만 파운드(약 1억7655만원), 그리고 의무 대면 교육 프로그램 참여 명령이라는 징계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FA는 홈페이지를 통해 “벤탕쿠르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독립규제위원회가 청문회를 거친 끝에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 FA 규정 E3 위반을 확인했다고 판단,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우루과이 출신인 벤탕쿠르는 지난 6월 우루과이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손흥민과 관련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진행자로부터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벤탕쿠르가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을 갖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과 그의 사촌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담긴 무례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벤탕쿠르가 인종차별 발언을 해 논란이 터졌을 당시에는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입장문을 발표했던 토트넘은, 벤탕쿠르가 징계를 받는다고 하자 번개보다도 빠르게 벤탕쿠르를 옹호하고 나섰다. 안 그래도 재계약 문제 때문에 심란한데, 손흥민의 마음만 상처를 입었다.
물론 징계가 확정되면 팀의 핵심 전력인 벤탕쿠르가 연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포함해 각종 대회 일정까지 겹쳐 빡빡한 박싱데이 기간을 통째로 날려야 할 수도 있기에 토트넘 입장에서는 징계를 최대한 경감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손흥민 생각을 너무하지 않았다. 여기에 이번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또 벤탕쿠르를 감싸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손흥민은 마음의 상처는 상처대로 입고, 권위도 바닥으로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