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7경기 출전 정지 중징계를 받은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옹호했다. 벤탄쿠르에게 내려진 징계가 너무 가혹하다고 항소한 토트넘의 결정을 지지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포스테코글루는 벤탄쿠르가 실수한 이후 항소를 지지했다. 그는 벤탄쿠르가 팀 동료 손흥멘에게 인종차별을 하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여전히 그를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포스테코글루가 벤탄쿠르 감싸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도 "토트넘이 벤탄쿠르 출전 정지 징계에 대해 항소했다. 포스테코글루는 벤탄쿠르를 끝까지 지지하며, 벤탄쿠르를 믿을 수 없는 팀 동료라고 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이 문제가 돼 잉글랜드 축구협회(FA)로부터 7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처벌 수위가 셌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토트넘 스타 벤탄쿠르는 TV 인터뷰에서 손흥민 사촌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고 말해 인종차별적 모욕을 한 혐의로 엄청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을 예정이다"라고 독점 보도했다.
이어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우루과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한 토트넘 미드필더 벤탄쿠르에게 장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7경기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벤탄쿠르는 토트넘에서 오랜 기간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토트넘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결국 예상한대로 징계 절차가 이뤄졌다.
너무 긴 징계에 토트넘은 이 결정에 대해 항소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 20일 토트넘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벤탕쿠르의 징계 기간에 이의신청했다"고 밝혔다.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코파 아메리카를 앞두고 우루과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진행자로부터 토트넘 선수의 유니폼을 달라는 요청을 받은 벤탄쿠르는 "손흥민 유니폼?"이라고 되물었고, "손흥민 사촌 거는 어떤가.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공개되자 거센 논란이 일었다. 한국인들은 모두 다 똑같이 생겼다는 발언이 인종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곧바로 사과했다. 개인 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쏘니,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한다. 정말 나쁜 농담이었다. 내가 널 사랑하는 걸 알 거다. 널 무시하거나 다른 사람을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 사랑해"라고 전했다.
손흥민은 침묵을 지키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사과를 받아들였다. 손흥민은 자신의 SNS로 난 벤탄쿠르를 사랑한다. 그가 합류하고 함께 뒤기 시작한 이후로 좋은 추억이 많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었고, 바로 사과했다. 난 휴가 중이라 집에 있었다. 벤탄쿠르가 메시지를 보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 그 사과는 마음에서 나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롤로(Lolo, 벤탄쿠르의 애칭)와 대화를 했다. 그가 실수했고, 그도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안다. 그는 내게 사과를 전했다. 벤탄쿠르가 공격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다. 그리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며 "지나간 일이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하나로 뭉쳐서 싸울 것"이라면서 벤탄쿠르를 감쌌다.
토트넘도 "벤탄쿠르가 인터뷰 영상에서 한 발언과 공개 사과에 따라 구단은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지원을 제공해 왔다"며 "다양성, 평등, 포용성 목표에 맞춰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추가 교육이 포함된다. 우리는 주장 손흥민이 이번 사건에 대해 선을 그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팀이 앞으로 새로운 시즌에 집중할 수 있다는 걸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FA의 기소는 피하지 못했다. FA는 시즌 초 벤탄쿠르를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FA는 "벤탄쿠르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했기 때문에 FA 규정 E3.1을 위반했다는 혐의가 있다. 또한 FA 규정 E3.2에 정의된 '중대한 위반'을 구성한다고 주장하는데, 여기에는 국적, 인종, 민족적 기원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언급이 포함돼 있다"고 기소 배경을 설명했다.
E3 가중 위반 규정은 E3.2 규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기존 E3.1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 부적절한 행위나 폭력적인 행동, 모욕적인 언행 등에 차별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을 경우 가중 위반에 해당된다. 벤탄쿠르는 방송에서 명백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기 때문에 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FA는 이번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토트넘 내부에서는 벤탄쿠르에게 따로 징계를 주지 않았지만, 전 세계 축구계에서 인종차별 퇴출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FA도 이번 사건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심지어 벤탄쿠르의 황당한 해명까지 밝혀졌다.
영국 타임즈는 "벤탄쿠르는 상대방이 먼저 손흥민을 그냥 '한국인'으로 지칭했다며 '한국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한 자신의 답변은 상대방을 점잖게 지적하기 위한 반어적 표현이었다고 해명했다"면서 "위원회는 벤탄쿠르가 두 번의 사과를 한 것을 무색하게 만드는 벤탄쿠르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매체는 또 "벤탄쿠르는 위원회에 제출한 입장문에서 진행자가 손흥민을 한국이라고 지칭한 게 부적절한 표현이었고, 자신의 발언은 농담을 섞어 진행자를 꾸짖기 위한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벤탄쿠르는 사건이 터진 후 사과했던 것은 자신의 발언과 관련된 사과가 아닌 인터뷰 내용 일부분이 편집되어 공개된 점에 대한 사과라고 했다"라며 벤탄쿠르의 사과가 결국 손흥민보다는 방송사를 위한 사과에 가까웠다고 했다.
타임즈에 따르면 독립 규제 위원회는 "우리는 증거와 모순되는 벤탄쿠르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그가 제시한 증거와 입장을 모두 고려해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더라도 벤탄쿠르의 발언은 모욕적었고 부적절했다는 판단이 든다"며 벤탄쿠르에게 징계를 내린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토트넘은 징계 수위가 너무 강하다면서 항소를 계획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피해자 손흥민을 감싸기보다 벤탄쿠르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스카이스포츠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올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됐기 때문에 징계가 실망스럽다"며 "축구 실력이 한 단계 올라간 선수 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벤탄쿠르는 결국 처벌을 받았다. 모든 사람이 어떠한 종류의 처벌이든 수용했다"며 "난 클럽이 항소하기로 한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우리는 벤탄쿠르와 함께 이 무제를 해결하고 모든 면에서 올바른 지원을 받도록 할 것이다. 그래야 다시 복귀할 때 바로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 그를 잘 알고 있다.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는 그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믿을 수 없는 팀 동료다. 그는 실수를 저지른 가장 뛰어난 성격의 사람이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 우리의 역할은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그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어떤 페널티를 받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클럽으로서 우리는 그를 응원할 것"이라고 지지를 선언했다.
한편, 항소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벤탄쿠르는 맨체스터 시티전을 시작으로 풀럼, 본머스, 첼시, 사우샘프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전에 나설 수 없게 된다.
박싱데이를 앞둔 토트넘이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두고 험난한 일정에 돌입하느냐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