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손흥민(토트넘)인데, 여러모로 손흥민에게 불편한 상황이 되고 있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성 발언을 한 로드리고 벤탕쿠르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 차원의 징계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뒤이어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구단의 이의신청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22일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과도한 징계에 이의신청한 구단의 결정을 완전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FA의 징계를 앞두고 벤탕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점은 그가 정말 뛰어난 사람이고, 굉장한 팀원이며,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최고의 인성을 가진 선수라는 것”이라고 했다. 벤탕쿠르의 됨됨이를 칭찬한 것에 이어 “구단 차원에서 우리는 벤탕쿠르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루과이 출신의 벤탕쿠르는 손흥민과 ‘절친’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6월 자국 방송에서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자, 벤탕쿠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의 글을 남겼다. ‘주장’ 손흥민도 벤탕쿠르의 ‘실수’를 용서하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렇지만 축구계 전체에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강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징계를 피하지는 못했다.
벤탕쿠르는 7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10만파운드(약 1억8000만원)의 중징계를 받은 상태다. 토트넘은 징계의 정당성은 인정하지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입장이다.
일련의 상황이 피해자인 손흥민의 ‘감정’ 보다 벤탕쿠르에 ‘실수’에 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이미 화해를 했다는 둘 사이도 여러모로 껄끄러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현지 매체들의 보도도 벤탕쿠르가 빠질 토트넘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현재 10위(5승1무5패)로 내려앉은 토트넘은 타이트한 연말 일정에서 벤탕쿠르까지 빼고 치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벤탕쿠르는 이번 시즌 리그 10경기 중 7차례 선발 출전한 토트넘의 핵심 전력이다.
여기에 토트넘이 벤탕쿠르 징계에 항소까지 결정하면서 오히려 ‘피해자’인 손흥민이 불편한 상황에 놓이는 듯한 분위기다. 벤탕쿠르의 ‘실수’는 ‘잘못’에 가깝다. 인종차별 문제는 현대 축구는 물론이고, 사회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슈지만 구단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아시아 팬들이 많은 토트넘의 인식도, “벤탕쿠르는 최고의 인성을 가진 선수”라는 포스테코글로 감독의 감싸는 발언도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여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