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자카르타/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에 생각지도 못한 패배를 당하며 위기에 빠진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현실은 매우 암담하다. 공격수들은 골을 넣지 못하고 있고, 감독 교체로 인해 혼란은 더 가중되었다. 스타 외국인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도 최악이다.
한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었던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지휘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1월 2연전의 성적은 초라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4일 멜버른에서 벌어졌던 3차 예선 C그룹 5라운드 호주전에서 득점없이 비겼고, 19일 자카르타에서 치른 6라운드에서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에 일격을 당했다.
이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의 C그룹 순위는 4위까지 추락했다. 2위 호주와 승점 1점 차지만, 생각지도 못한 인도네시아에 패하면서 승점과 골득실에서 동률, 승자승에서 밀려 4위로 내려앉은 굴욕을 맛본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상황은 매우 암담했다. 개개인의 맨파워로는 인도네시아에 앞설지 모르나 선수들의 경기 감각과 집중력은 정말 좋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전에서는 이렇다 할 찬스를 잡는 장면이 거의 나오지 못했고, 측면에서 드리블할 때 상대가 조금 압박을 가했다는 이유로 터치라인 아웃이 되는 어이없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르나르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친선경기하는 줄 알았다"라며 선수들의 경기력을 공개 질타한 이유다.
무엇보다 공격력 저하가 심각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679분 동안 공격수에게서 골이 나오지 않고 있다. 2차 예선 파키스탄전에서 페라스 알 부라이칸이 골을 넣은 후 일곱 경기 동안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골이 나오지 않고 있다. 참고로 스트라이커가 침묵한 이 기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득점은 고작 4골, 이 중 세 골이 수비수에게서 나왔다. 최악의 빈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의 전통 강호 중 하나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과거 황금기 때 스트라이커들의 활약이 매우 눈부셨다. 사에드 오와이란·야세르 알 카타니 그리고 지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살렘 알 도사리 등 결정적 순간에 빛을 발한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 클럽들의 스타 공격수 영입의 여파 때문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꽤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실제로 로베르토 만치니 전 사우디아라비아 감독도 부임 기간 때 주전 경쟁에서 밀린 국가대표 공격수들의 경기 감각을 매우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이 바뀌어 불가피한 전술 변화까지 겪게 되었으니 좀처럼 짜임새 있는 공격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이번 인도네시아전에서는 압둘라 알 함단이 스트라이커로 나섰는데, 소속팀 알 힐랄에서는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에게 밀려 날개 공격수로 뛰고 있다. 소속팀에서 전혀 다른 위치에서 뛰다 대표팀에서는 주 포지션으로 뛰고 있는데, 당연히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나마 알 함단은 기회라도 얻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상당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7 AFC 아시안컵을 유치하고, 20234 FIFA 월드컵 개최를 사실상 확정해놓은 상태다. 매머드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자 전 세계 축구팬들의 주목도를 높이려고 스타 공격수를 마구 사들이고 있다. 걸핏하면 유럽 최고 공격수들의 이름이 나돈다. 하지만 정작 사우디아라비아의 실력은 퇴보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 예선 레이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축구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전에서는 그게 극명하게 드러났다.
(베스트 일레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