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은 20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은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출전 정지 징계에 대해 항소했다'라고 발표했다.
토트넘은 '구단은 이번 주 초에 내려진 벤탄쿠르의 정지 기간에 대해 항소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독립 규제 위원회가 벤탄쿠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을 받아들이지만, 그에 따른 징계는 지나치게 엄중하다고 생각한다.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벤탄쿠르는 국내 경기에 출전 정지 처분을 받으며, 구단은 해당 기간 더 이상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벤탄쿠르가 기소를 당하고 징계를 받게된 이유는 지난 6월 인종차별 발언 때문이다. 일부 팬이 한 행동이 아닌 토트넘 동료가 주장 손흥민을 향한 직접적인 인종차별이었기에 엄청난 문제로 번졌었다. 발단은 벤탄쿠르가 조국 우루과이 언론과 진행한 인터뷰였다. 당시 벤탄쿠르는 인터뷰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질문을 하자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은 어떤가. 손흥민과 그의 사촌은 똑같이 생겼다"라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답했다.
이후 해당 발언이 알려지며 큰 논란이 일었고, 벤탄쿠르의 사과에도 팬들의 분노는 잠잠해지지 않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손흥민을 향한 팀 동료의 무례한 발언이었기에 더욱 실망감이 컸다. 이후 손흥민이 벤탄쿠르를 용서했다는 글을 직접 개인 SNS에 올리며 사건은 점차 수그러들었다.
다만 FA는 이 사건에 대해 좌시할 생각이 없었다. FA는 지난 9월 벤탄쿠르를 인종차별 등 미디어 인터뷰와 관련한 부정 행위로 FA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했고, 징계를 위한 조사를 진행했다. 결국 이번 발표로 벤탄쿠르는 다가오는 맨체스터 시티와의 리그 일정을 시작으로, 풀럼, 본머스, 첼시, 사우스햄튼, 리버풀과의 리그 경기, 맨유와의 리그컵 일정에 나설 수 없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은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대해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내린 7경기 출장 정지 징계 결정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벤탄쿠르가 받은 징계 기간과 과정에 대해 여러 구단이 놀랐으며, 인종차별적 행위에 대해 다른 선수들에게 내린 처벌과 다르다고 인식됐다고 알려졌다. 토트넘과 벤탄쿠르가 사례가 됐으며, 선수의 사과와 손흥민의 지지도 불리하게 사용됐다고 믿고 있다'라고 토트넘의 생각을 전했다.
이어 '토트넘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할 권리가 있으며, 이 단계를 고려하고 있다. 구단은 징계에 대해 아직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당혹감과 좌절감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라며 토트넘이 벤탄쿠르의 징계에 대해 당혹감을 느끼며 항소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결국 이번 발표로 항소를 진행하게 됐다.
벤탄쿠르는 손흥민에 대한 기자의 언행에 반발심으로 오히려 비꼬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맥락을 고려해도, 벤탄쿠르의 발언이 모두 용서되는 것도, 납득되는 것도 아니었고, FA도 마찬가지였다.
풋볼런던은 'FA는 이러한 증거에 대해 모두 받아들일 수 없었다. 또한 벤탄쿠르는 맥락적으로 볼 때 모욕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손흥민에 대한 사과를 했다'라며 '선수의 발언이 정말로 그렇게 의도했는지에 대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라며 벤탄쿠르의 해명을 모두 사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벤탄쿠르의 이번 해명으로 인해 그가 손흥민에게 했던 사과들조차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어졌다.
손흥민이 용서했음에도 상황은 끝나지 않았고, 이번 징계로 벤탄쿠르 스스로도 다시 행동을 돌아볼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토트넘이 징계에 대한 당혹감과 좌절감으로 항소한다면, 결국 벤탄쿠르의 행동을 옹호하고 감싸주는 것밖에 될 수 없다. 손흥민에 대한 예의라고 보기도 어렵다.
인종차별에 대한 징계를 항의할 여력은 있었지만, 인종차별을 한 선수에 대한 확실한 교육과 대처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섰다. EPL 최초로 한국인 주장을 보유한 구단인 토트넘의 행보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